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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KSD갤러리 초대작가전

강유진
<Splash!>

2019. 6. 20 (목) ~ 8. 7 (수)

Opening. 6. 21 (금) 늦은 5시



에나멜로 그려내는 수영장에서의 조형실험

- 하계훈 (미술평론)

강유진은 작가로서의 출발 초기부터 에나멜 물감을 주된 재료로 채택하여 회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에나멜은 원래 외부 환경에 의해 물질이 변화하지 않도록 표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동차나 기계 혹은 피혁제품 등에 사용하는 공업적 재료지만 종종 예술가들의 창작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일찍이 에나멜 물감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 작가 가운데에는 미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인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폴록은 무엇보다도 당시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붓으로 칠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서 에나멜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에나멜 물감은 화면에 발랐을 때 흘러내리는 속성이 보통의 회화 재료들보다 강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화판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그리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잭슨 폴록 역시 이러한 속성의 에나멜을 가지고 작업하다보니 바닥에 펼쳐놓은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듯이 움직이면서 작품을 완성해갔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재료의 특성 때문에 강유진도 에나멜 물감 작업과정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화면을 구성해나간다.
  이번 전시에서 강유진은 자신의 작품 가운데 수영장을 그린 작품들을 선별하여 ‘Splash!'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강유진이 그린 수영장 장면에서 그리기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물감을 뿌리는(혹은 흘리는) 흔적들이다. 앞서 언급한 에나멜 물감의 흘러내리기 쉬운 유동체적 성격과 ‘첨벙!’하는 물소리는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미술사학자 세르누치(Claude Cernuschi)는 에나멜 안료로 그린 그림에서 중력의 법칙에 의한 물감의 운동성에 집중하였었다. 용매를 얼마나 적용하는가에 따라 에나멜 물감도 유화처럼 붓으로 바를 수 있기도 하고 막대나 붓을 담글 정도로 묽게 만들어 드리핑(dripping) 기법으로 화면에 적용할 수도 있다. 강유진은 수영장 물의 흔들림과 물방울의 비산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으로서 재현적인 붓의 묘사보다는 에나멜 물감을 뿌림으로써 생겨나는 우연한 효과를 도입하고 있다. 그로부터 나타나는 시각적, 감성적 효과는 보다 극적인 운동감과 속도, 에너지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은 우리 삶의 주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가운데 탈레스는 세상의 근원을 물로 보았고 엠페도클레스는 물과 흙이나 불, 바람 등의 결합과 해체가 이 세상을 구성하기도 하고 소멸로 이르기도 한다고 믿었다. 태아의 집을 구성하는 자궁도 양수로 채워져 있으니 물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것은 근원과 모성을 찾아가는 기쁨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정적이고 침잠하는 분위기보다는 생동감과 에너지가 느껴질 수 있는 표현에 의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작가가 그린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강유진의 작품 소재는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발견하는 이미지나 여행에서 포착한 장면들이 작품의 바탕을 이룬다. 생활 속에서 작가의 시선은 대상을 직선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이미지와 그 속을 관통하여 포착하는 이미지가 겹쳐지기도 하고 자연 속의 이미지가 마음속에서 불러온 이미지와 결합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작가가 바라보는 풍경과 유사한 이미지들이 유추되는 과정을 통해 강유진의 작품 화면이 구성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아주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초현실주의적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창작에 종사하는 작가는 작품에 담아내는 대상을 관찰하여 충실하게 재현해내기도 하지만 여기에 자신의 미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를 투사하여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내기도 한다. 강유진이 바라보는 대상을 기록하는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대상으로부터 일어나는 시각적 충격을 보이는 것의 이면에서 드러나는 요소들까지 결합하여 종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기법적으로 에나멜 물감과 아크릴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2차원성과 3차원성의 특징을 한 화면에 도입하고 있으며 소재면에서도 실경과 상상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화면을 보다 입체적이며 풍성하게 구성해내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대부분의 작품에서 작가의 시선은 수영장 가장자리 어디선가에 서서, 혹은 물속에 들어가서 건너편을 바라보는 위치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화면은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수렴해가는 급격한 원근법적 운동감을 일으키며 3차원적 환영(illusion)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화면의 착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환영을 제어하기 위하여 수영장 주변에 위장막이나 텐트 같은 이질적인 물건을 도입하기도 하고 수영장 물이 실내 정원으로 이어지거나 먼 산으로 연결되면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물건으로 치환되어 산맥으로 이어지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스스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이질적이고 다양한 요소들을 대립, 병치, 융합시키는 보다 복합적인 화면을 구사하고자 한다.
  강유진의 작품이 내용면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형식면에서는 물감을 적극적으로 혼합하기보다는 주로 채도 높은 색들을 원색에 가깝게 구사하면서 색면들을 병치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보다 선명하고 인상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출품작 가운데 거의 동일한 수영장 광경을 텐트와 결합한 작품과 숲과 연결한 작품은 작가가 화면의 색채나 형식실험과 동시에 안료의 특성을 실험하는 양쪽 방향으로 작업을 전개해나가고 있음을 읽게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작가는 에나멜 물감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풍경을 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해왔는데 이러한 실험을 확장하여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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