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 메뉴 바로가기

logo

gnbMenu 영역

한국예탁결제원
HOME CONTACT

언어선택 영역

네비아이콘 영역

전시안내

< 기획전시안내 < 지난전시

본문 영역

갤러리 제목 영역

갤러리 슬라이드 영역

tab 영역

전시소개

KSD갤러리 신진작가전 

서민정
<빌던 터(Used to be Loved)>

2019. 5. 23 (목) ~ 6. 17 (월)

Opening. 5. 23 (목) 늦은 5시
 

#1
주묵(붉은색 먹)이 한지의 표면을 긁고 찍으며 지나가면 재현하려고 했던 대상과 풍경은 선과 점으로 분절되어 혼란한 심상으로 남는다. 그 다음, 푸른색과 녹색조의 안료(분채)가 그 혼란한 심상을 바로 잡아보려는 듯 처음의 기록에서 남은 여백을 지워가며 화면을 채운다. 여백이 점점 사라지면 애초에 보았고 인식하고 인상으로 남겼던 그 대상과 풍경들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주묵과 안료는 점과 선으로, 대상을 찾아보려다가 다시 깨뜨리기를 반복한다. 깨뜨리는 쪽이 주묵이었고 구축하려는 쪽이 안료였던가 그 반대였던가, 아니면 애초에 대상이 있긴 했던 것일까? 어느새 이 둘은 각자의 역할이 모호해지면서 한지 위에 푸석하게 안착하고 작업은 끝이 난다. 이것은 기를 쓰고 서로를 의식하면서 힘자랑을 하는 엄지씨름과 같다. 그리고 결국 맞잡고 있는 두 손처럼 한 덩어리로 실재한다.

#2
최근의 작품(2017–)은 ‘세계는 끊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구축하기를 반복한다’는 일종의 믿음을 그림 하나하나의 이미지와 작업 과정에 밀착시켜보려는 시도였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이 반복이 결국 엄지씨름을 하는, 한 덩이로 맞잡은 두 손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우리가 경험하는 크고 작은 폭력과 불통으로부터의 소외, 공허, 혹은 해석하기 힘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광경과 두려움이 어쩌면 매우 뻔한 질서이거나, 불온하지만 균형을 향한 한 축인 것은 아닐까 자문했다. 깨뜨렸다가 짜맞추기를 계속 반복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파편화되고 혼란스러운 세계의 구조와 명료하지 않았던 경험, 기억들을 지금의 나는 어떻게 의미 지을 수 있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열망에 대해 되물었다. 그것이 무엇이건 어떤 대상과 방향에 대한 애정과 열망, 만약 그것을 단순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경험들에는 그것과 맺는 ‘관계’가 성립되고 이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고군분투가 다양한 밀도로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개별적이면서 보편적인 삶의 고비들, 다양한 아픔과 상처, 거듭된 실패, 공회전과 같은 소외된 정서와 감정의 무수한 순간들이 내 관심에 붙잡힐 때 그것을 그리고 싶어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내게 있는 파괴적 성향과, 연고를 바르고 다독이고 싶어하는 성향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지난 시간 사랑하고 열망했던 것들로부터 얻은 상처 말고도 내가 깨뜨리려고 했던 세계에 대해서도 기념하는 마음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것들을 현재로 가져와 보는 것이고 그때는 깨졌지만 언젠가 다시 구축되었던 것들이었으며 또한 그때는 그런 식으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기도 한, 그런 것들이다.

- 서민정 작가노트 중
 
 

하단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