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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KSD갤러리 기획초대전
성민우 Minwoo Sung
<오이코스_부케 Oikos_Bouquet>

2017. 11. 17 ~ 2017. 12. 21

개막식 : 2017. 11. 17. 늦은 5시


 

섬과 사람, 그리고 풀

여의도는 한강에 위치한 ‘섬’이다. 섬은 강 또는 바다 등의 수역으로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다소 외로움의 정서가 묻어나는 단어이다. 한편으로는 번잡한 세속은 잠시 멀리한 채, 오롯이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적 차원이 아닌 실재적인 공간으로서의 여의도라는 섬은 한국 금융의 중심지이자 현대 도시 문화의 면모가 대표적으로 잘 드러나는 곳이다. 하루 종일 환하게 불을 밝히는 높은 빌딩 사이로,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며 가는 사람들, 혹은 숫자에 고개를 묻은 채 이끌려가는 사람들... 다양한 군상들이 우리 주위를 흘러가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빠르게 우연적으로 스쳐갈 뿐이다. 그 속에서 한적함이나 여유로움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된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데는 우리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더 높고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인간 본성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현재 보다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빠른 템포를 재촉하기에 주위를 둘러보는 시각에 잦은 단절을 만들어내곤 한다. 사람들은 점차 섬이 되고 외로움은 일상이 되어 버린다.

성민우의 시선은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아래로 향해있다. 때로는 너무나 낮게 깔려 있다. 그녀 또한 욕망을 가진 인간이겠지만, 그것에서 한 발 물러나 관조적으로 자신과 자신을 에워싼 환경을 둘러보고자 한다. 매우 세심하지만 까다롭지는 않고, 느슨하지만 헐겁지는 않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서 ‘풀’을 마주한다. 낮은 곳에 위치하기에 시선의 바깥에 머물렀던, 흔하디 흔하기에 관심 밖을 맴돌던 ‘풀’ 말이다. 그러한 풀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작가와 풀 사이의 필연 때문일 것이다.

가지각색의 풀들은 마치 한 덩이 같은 모습을 취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닿아있었다. 아무런 주의도 받지 못한 채, 척박한 땅에서 온전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있음은 관심에서 비롯한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피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핏줄처럼 뻗어 있는 잎맥으로부터 결국 사람으로 즉,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의지이다. 관계로부터 비롯한 관계로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하려는 인연에의 의지이다.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느린 발걸음에서 만난 풀. 그것은 섬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로서 다가오고 있다.
-KSD갤러리


 
Bouquet for Someone

오이코스로 그려진 풀숲에 서 있다.
나의 삶터이자, 아주 오래된 그리고 미래일 수밖에 없는 그 곳 한가운데 나는 한줄기 풀대로 서 있다. 그러다 가만히 소리와 부대낌에 예민해진다. 나와 맞닿은 풀잎, 나를 감싸고 올라가는 덩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스침으로 마음 속 깊이 아릴 때가 있다.
바람이 없어도 만들어지는 생명의 흔들림, 일상적인 그 흔들림에 지치기도 한다.
공간은 좁고 관계는 복잡하다. 그 공간과 시간이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기도 하지만 날카롭기도 하다는 걸 알고 있다. 자잘하고 뾰족한 가시들, 얇고 날카로운 잎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키 작은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대신 슬그머니 고개 숙여 발밑을 살핀다.
나보다 더 작은 존재들이 항상 그곳에 있다.
한편으로 애잔하고 그들 때문에 안도한다.
그들과 함께하면 당연히 시야는 좁아지고 시간은 느려진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낸 풍경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부케의 형상으로 그려진다.

먼 옛날 들판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사랑하는 여인에게 구애하는 남자는 풀꽃 한 다발을 만들어 그녀에게 달려갔다. 풀꽃다발이 신부의 부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풀꽃을 안긴 그 남자는 자신의 사랑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사랑하기보다 그녀에게 받고 싶은 사랑이 더 컸을지 모른다. 풀꽃다발을 받은 그녀는 웃으며 풀꽃 한 줄기를 골라 남자에게 주었다.
누군가를 위해 풀꽃다발을 만드는 사람은 누군가로부터의 풀꽃다발을 기대한다. 사랑이라 불리는 것은 상대에 대한 순수한 헌신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한 구애이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그려내는 무수한 풀부케들도 불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간절한 구애일 수 있다. 나는 풀로 만들어진 부케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 풀꽃으로 만들어진 부케는 신부의 아름다운 꽃부케처럼 부드럽고 달콤하진 않을 것이다. 작은 꽃과 무수한 씨앗, 뾰족하고 거친 이파리들은 부케를 쥔 손을 아프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꾸밈없이 솔직한 풀들로 만들어진 부케는 좋은 향기를 뿜어내며 강건하고 변함없이 상대를 감싸 안을 것이다.

오이코스 안에서 나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보호받고 헌신하며 살아간다. 나를 둘러싼 세상인 풀숲, 오이코스는 가끔 나를 옥죄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곳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고 그곳에서 삶을 지속한다.
길을 잃으면, 길을 찾으러 달려 나가는 대신 고개 숙여 내가 밟고 선 땅을 살펴본다. 땅바닥을 살피다보면 잃어버렸다고 느끼던 그 길 위에 내가 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곳을 지켜온 작은 생명들, 그 군집은 나를 위한 부케가 되어 준다. 뽑거나 꺽지 않아도, 다듬거나 꾸미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 헌신할 것을 약속하는 부케가 되어준다.
들판의 풀들이 신부의 꽃부케로 변화되어 온 긴 시간동안에도 풀들은 오이코스를 지키며 살아왔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함없이 존재하는 대단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힘을 빌려 풀부케를 그린다.
-성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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